저도 트러블을 잘못 짜서 생긴 붉은 자국 때문에 약국용 흉터 제품을 몇 개 사서 발라봤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몇 달을 발랐는데도 눈에 띄게 나아진 것 같다는 느낌은 한 번도 받지 못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약국에서 파는 제품이니까 화장품보다는 효과가 있을 거라고 믿는 분들이 많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최근 화장품 성분 논란이 뜨거운데, 특히 노스카나 같은 제품은 허가 범위와 실제 효능 사이에 큰 간극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노스카나는 어떤 흉터에 허가받았나
노스카나는 켈로이드성 흉터, 즉 피부 위로 튀어나오는 비후성 흉터(hypertrophic scar)에 효과가 있다고 허가를 받은 제품입니다. 여기서 비후성 흉터란 상처가 아물 때 콜라겐이 과도하게 생성되어 피부 표면 위로 불룩하게 솟아오르는 흉터를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화상이나 수술 후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출처: 대한피부과학회).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노스카나를 패인 흉터, 붉은기, 색소침착 등 모든 종류의 흉터에 만병통치약처럼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저 역시 색소침착 부위에 바르면서 "약국 제품이니까 뭔가 되겠지" 하고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별다른 변화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현재까지 나온 연구 결과를 보면 바셀린(petroleum jelly)과 노스카나를 비교했을 때 비후성이 아닌 일반 흉터에서는 효과 차이가 거의 없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 보습만 잘해도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노스카나가 최근 임상시험을 통해 여드름 흉터에도 효과가 있다는 결과를 받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이 임상의 비교 대상이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상태'였다는 점이 논란입니다. 아무것도 바르지 않으면 피부가 건조해져 흉터 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는데, 그것과 비교해서 효과가 있다고 말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일반 보습제만 발라도 충분히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흉터 종류별로 효과 있는 성분은 따로 있다
흉터는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 튀어나온 흉터 (비후성 흉터, 켈로이드)
- 패인 흉터 (여드름 자국, 수두 자국 등)
- 붉은기 (염증 후 홍반)
- 색소침착 (염증 후 과색소침착, PIH)
튀어나온 흉터에는 노스카나보다 실리콘 계열 제품(silicone gel sheet)이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많습니다. 실리콘 겔은 피부 표면에 얇은 막을 형성해 수분 증발을 막고 콜라겐 생성을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더마틱스 울트라 같은 제품이 대표적입니다.
패인 흉터는 화장품만으로는 개선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저도 볼에 패인 자국이 몇 개 있는데, 이건 아무리 좋은 연고를 발라도 나아지지 않습니다. 피부과에서 서브시전(subcision), 프락셔널 레이저 같은 시술을 받아야 진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바르는 제품으로는 레티놀(retinol)이나 AHA 성분이 각질 제거와 콜라겐 생성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붉은기는 아젤라산(azelaic acid) 크림이나 나이아신아마이드(niacinamide) 성분이 효과적입니다. 아젤라산은 피부과에서 처방받을 수 있는 스킨오렌 같은 제품에 들어 있는데, 염증을 가라앉히고 붉은기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아젤라산 크림을 추천하는 편인데, 자극이 적당해서 민감한 피부도 쓸 만합니다.
색소침착에는 하이드로퀴논(hydroquinone) 연고가 가장 효과적이지만, 자극이 심하고 장기 사용 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보다 순한 대안으로는 아젤라산이나 알부틴(arbutin), 코직산(kojic acid) 같은 성분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약국 제품도 성분과 농도를 따져봐야 한다
에크린겔 같은 제품도 비슷한 문제가 있습니다. 이 제품에는 이부프로펜 피코놀(ibuprofen piconol)과 이소프로필메틸페놀(isopropyl methylphenol)이 들어 있는데, 하나는 항염 성분이고 다른 하나는 항균 성분입니다. 여기서 항염이란 피부의 염증 반응을 억제하여 붉어지거나 붓는 증상을 완화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 두 성분의 농도와 효능만으로는 여드름이나 색소침착에 드라마틱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차라리 살리실산(salicylic acid) 2% 제품을 쓰는 게 각질 제거와 모공 청소에는 더 효과적입니다. 살리실산은 BHA(베타하이드록시산)의 일종으로, 지용성이라 모공 속 피지를 녹여내는 데 탁월합니다. 다만 살리실산 2%는 자극이 강하기 때문에 민감한 피부는 주 1~2회 정도만 사용하는 게 안전합니다. 저는 살리살산 제품을 쓸 때 국소 부위에만 살짝 발라보고, 괜찮으면 범위를 넘기는 식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했습니다.
PDRN(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타이드) 성분도 최근 화장품에 많이 들어가는데, 이건 사실상 DNA 조각입니다. PDRN이 피부에 흡수되려면 분자량이 작아야 하는데, 작아지면 아데노신(adenosine) 형태로 분해되어야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데 아데노신은 이미 일반 주름 개선 화장품에 흔하게 들어 있는 성분입니다. 굳이 비싼 PDRN 제품을 살 이유가 없다는 뜻입니다.
저는 약국 제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효과가 있을 거라고 믿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성분을 따져보니 화장품과 크게 다르지 않거나, 오히려 자극만 강하고 효과는 애매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결국 병원을 방문해 의사와 상담하고, 제 피부 상태에 맞는 시술이나 처방을 받는 게 훨씬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약국 제품을 살 때는 '약국에서 파니까 좋겠지'가 아니라, '이 제품이 내 흉터 유형에 허가를 받았는지', '성분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바르는 것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걸 인정하고, 필요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시간과 돈을 아끼는 길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yROPk3IcwlY
https://www.derma.or.kr
https://www.mfds.go.kr